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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은총

김준희마틸다 0 189 2017.12.04 20:42

 

<다음 글은 2015116일에 선종하신 이종임 루실라 할머니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회사목분과를 맡고 있던 제가 그 당시 본당신부님으로 계셨던 박근태 베네딕도 신부님께 카톡으로 보고 드렸던 내용을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수정했습니다.>

 

신부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바람과 함께 이리저리 휘날리며 내리는 밤입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네요.

오늘 아침 이종임 루실라 할머니께 출관예절 때에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고 오면서 많은 상념이 들었답니다.

사회사목분과를 맡은 후 부터 줄곧 관심대상이던 루실라 할머니를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분은 주변 어느 누구와도 가까이 지내지 않았고, 오로지 수도자인 루시아 수녀님만을 믿고 의지해 오셨답니다.

저는 단지 본당의 심부름꾼? 으로서 당신을 모른척해 주었으면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본인이 본당에서 지원받는 수급자로서 낙인 되는 것을 피하고 싶은 의식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여 매일 미사에 참례하시며, 그렇게 오로지 하느님께만 의지하고 사시던 중 병마를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지난 8월 혼자서 지하 방에서 이틀을 버티다가 수녀님을 찾는다는 사무실의 전언에, 수녀님의 피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수녀님과 제가 방문을 해보니,

 그 몰골이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 계시더라구요. 머리는 하늘로 솟아 있었고, 몇 끼를 못 드셨는지 눈은 쾡하게 십리나 들어가 있어 보였답니다. 우선 허기를 면하기 위해 근처에서 전복죽을 사다가 잡숫게 해 드리고,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다듬어 드렸지요.

그리고, 근처 요양원인 워커힐케어센터에 문의를 해서, 급하게 그쪽으로 모시게 해 드렸습니다.

독거노인들이 이렇게 쓸쓸히 외롭게 연락도 못하고 돌아가신다는 게 현실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모든 상황은 신부님께서도 아시고 계실 겁니다.

루실라 할머님은 기초수급자로서 정부에서 혜택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데, 몰라서 어렵게 지내고 계셨고 또, 다른 어렵고 연세 많은 분들도 의외로 많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해서, 동사무소, 건강의료보험공단 등을 찾아다니며, 요양등급판정을 받아 워커힐케어센터에 제출했고 그로부터 3개월 정도 계셨는데,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일로에 있게 되었지요.

다행히 봉성체 때에 신부님께서 알아보시고, 병자성사를 주셨고,

그 뒤 1주일 만에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지요. 저는 요양원에 모셔놓은 뒤 이젠 돌봐주는 이가 있으니, 마음이 놓여 잠시 잊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112일 위령의 날.

 저의 친정어머니의 기일에, 요양원에 계신 분들이 생각나서 찾아뵙고 깜짝 놀랐지요.

루실라 할머니를 뵙는 순간 며칠 못 넘기실 것을 직감했고, 자주 찾아뵙지 못했음을 뉘우치며, 선종기도를 드리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답니다.

11/5-6(금요일) 12일로 홍천에 김장을 하러 가면서도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김장 마치고 서울 올라간 다음까지 기다리시라고...

헌데, 금요일 정오가 지나자마자 수녀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루실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 .

 

돌아가시기 전에 동사무소에 여러 절차에 관해 미리 알아 봐두었던 대로 연락을 취해,

저 대신 수녀님이 직접 움직이셨지요. 돌아가신 날이 다행히 동사무소 근무시간인지라,

이런 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저는 김장을 서둘러 마치고 저녁에 연도를 드리러가서 또 한번 놀랐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수녀님께서 여기저기 모두 연락하시어, 본당교우 모두가 상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17구역의 식구들이 솔선수범하였고, 연령회, 효경분과장, 레지오팀  등등...

장례미사 때엔 신부님도 보셨다시피, 누가 독거노인이라 하겠습니까?

유족이라고는 여동생과 조카가 다녀 갔을 뿐...

그 조카라는 이는 약간의 조의금을 내어놓고, 발인 때에 오겠다고 하더니,

정작 당일엔 오지 않았답니다.

루실라 할머니가 매일미사를그리 열심히 다니시더니, 미사의 은총이 크다고 해도 그리 클 줄이야...

그 동안에 루시아 수녀님께서 많은 수고를 해주셨고, 보호자로서도 넘치도록 하셨답니다.

아마도 수도자로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세상일들을 아셨을겁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사시던 집은 한동안 세입자를 못 찾았는데, 오는 25일에 전세 보증금을 받게 되었답니다.그때 제가 일을 마무리하고, 그간의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신부님께서 나눔의 묵상회를 만들어주셔서 사회사목분과의 일을 수월케 해주셨을 뿐 아니라,

광장동성당이 지역사회에서의 존재이유와 역할을 점진적으로 잘 해나갈 수 있게 해 주신겁니다.

그 점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루실라 할머니의 법적대리인 인 것은 아시지요? 무늬만 그렇답니다.

루실라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2015818

나 이종임은 사후에 남은 재산을 광장동 성당 사회복지분과를 통하여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써 주십시오.” 라고 유언장까지 써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할머니가 남겨 주신 그 보증금은 나눔의 묵상회에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당신 유언대로 쓰이고 있음을 하늘나라에서도 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루실라 할머니께 더 살갑게 못해 드린 게 못내 아쉽습니다...

참고로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담당 직원은 참 그리스도인처럼 행동하시는데,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인가봅니다.

익명의 그리스도인이 도처에 많이 계시더라구요.

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답니다.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 한 가지 드려야 할 말씀을 빠뜨렸습니다.

출관예절 후 운구할 남자들은 나눔의 묵상회원들이...

그것도 체격이 좋은 형제님들이 마치 대기하고 있듯이 마지막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끝까지 함께 해주심도...

주님께서 미리 마련해주신 길임을 어찌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일들이 루실라 할머니가 그리 바라고 바랐던 미사의 은총일까요?

 

신부님!

루실라 할머니를 워커힐케어센터에 모셔 놓은 뒤에, 또 다른 해야 할 일들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의 짐들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묵상회 형제님과 자매들, 그리고 루시아 수녀님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옷가지와 세간들을 정리하여 버릴 것과 재활용품등을 분류하여, 세탁기, 냉장고 등 쓸 수 있는 가전제품과 옷가지들은 안양에 있는 이주민센타에 한 트럭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세입자를 위해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쓰레기도 정리하여 마무리를 했던 것도 모두가 한 형제요, 자매였음이 분명히 드러나는 사건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묵상회원들은 종신제로 봉사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일련의 일들에 보람을

느꼈던 체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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